어디선가 쓸데없는 기름값 올라가는 소리만...;;

- 국제유가 60달러 안팎↑…경기 긍정론 많아
- 유가 꿈틀, 글로벌 훈풍의 흔적…수출에 호재
- 소비 둔화 경계감…일각서 '신 3고' 가능성도

국내 기름값이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상승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경제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반적인 관측은 긍정적이다. 60달러 안팎의 유가는 ‘스위트 스팟( sweet spot )’으로 불릴 정도로 ‘딱 적당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정책당국도 지난 6월 갑작스러운 유가 하락에 긴장했다가, 점차 안도하는 기류다. 이 정도 유가는 특히 수출에 우호적이다.

다만 소비 악영향 가능성은 변수다. 금리, 원화와 함께 ‘신(新) 3고(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유가 상승, 글로벌 훈풍의 흔적

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국내 도입 비중이 높은 두바이유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배럴당 58.93달러에 거래됐다. 1일에는 59.61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이후 줄곧 58달러 위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두바이유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50달러 초중반대에서 움직였는데, 지난 6~7월 갑자기 40달러 중후반대로 내렸다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12월 인도분 WTI 와 브렌트유도 지난 3일 각각 배럴당 62.07달러, 55.64달러를 나타냈다. 두바이유와 가격 흐름이 비슷하다.

이날 현재도 뉴욕 상업거래소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는 일제히 오르고 있다.

원유 감산 전망이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 OPEC )는 오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감산 합의에 나선다. 시장은 내년 3월 이후로 감산 합의를 연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원유 도입단가 전망치를 지난 7월 49달러에서 10월 53달러로 상향 조정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저유가와 고유가는 그 나름의 명암(明暗)이 있다. 다만 경제계는 이상적인 수준을 60달러 안팎, 다시 말해 50~70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기업의 생산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도 가계의 소비 여력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 정도다.

우리 경제도 다르지 않다. 정책당국 한 인사는 “유가 흐름은 특히 수출과 밀접하다”고 말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생산비용 부담이 작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단가가 내려 수출이 둔화하는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유가가 40달러대로 내렸던 지난 6월 당시 당국이 바짝 긴장했던 이유다.

실제 지난해 두바이유가 20~40달러대를 딛고 그해 말부터 50달러대로 상승하면서, 수출도 고공행진을 벌이기 시작했다.

유가 상승은 곧 글로벌 수요의 청신호라는 점에서도 수출에 플러스(+) 요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 기대감은 내년 세계 경제의 중요한 모멘텀인 신흥국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주식시장에도 우호적인 변수”라고 말했다.

산업계도 꿈틀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 BSI )는 6월 당시 85로 8개월 만에 전월 대비 하락(3포인트↓)했지만, 9월부터는 90으로 다시 올라섰다. 유가 상승의 영향이다.

물가도 마찬가지다. 올해 내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기 목표치(2.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상당기간 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경제가 적당히 데워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올해 들어 매달 초(2일 혹은 3일) 두바이유 현물가 추이다. 올해 6~7월 배럴당 40달러대로 급락했다가, 최근 6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출처=마켓포인트

◇“신 3고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엄연히 있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 비중이 워낙 높은 만큼 가계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수입 중 원유 비중은 18.1%에 달했다. 미국(10.5%) 독일(5.4%) 중국(11.7%) 등보다 높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도 곧바로 오르고 있다. 9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8.3%. 6월 이후 5.7%→6.4%→7.2%→8.3%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2.8%→3.0%→3.3%→3.6%로 상승 중이다. 최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4주 연속 상승한(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것도 이런 흐름의 일부다. 서울 휘발유 가격은 어느덧ℓ당 1600원을 훌쩍 넘었고, 시내 일부 주유소는 2000원을 넘는 곳도 있다.

더 우려되는 건 ‘신 3고’ 가능성이다. 최근 시중 금리와 원화 가치가 급등하는 와중에 유가마저 60달러 이상 추가 상승할 경우다. 자칫 수출과 내수를 한꺼번에 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책연구원 출신 금융권 고위인사는 “유가 상승은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에 달갑지 않다”면서 “유가가 예상보다 더 오르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 ( jungkim @ edaily . co . kr )